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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김수미
고향만한 곳이 어디 있을까 |
서울에 올라와 연기생활을 시작한 지 3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도 고향이 그립다. 특히 외로울 때면 고향이 더 그리워진다. 그래서인지 고향 사람은 모두 가족 같고 고향 땅에 피는 꽃도 피붙이같이 느껴진다.나는 혼자서 여행을 잘 떠나는 편이다. 나 자신이 아주 싫고 미워질 때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여행을 떠날 기회가 생기면 우선 내 고향, 군산을 찾는다. 어떤 사람은 고향은 신비감이 없지 않느냐고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아직도 내 고향을 전부 알지는 못한다. 오히려 갈 때마다 새로운 일면을 보게 되어 신비하게 느껴진다. 어린 시절 우리집 손바닥만한 밭은 군산 월명산 기슭에 있었다. 지금은 수시탑이 들어선 부근인데 여름이면 아버지는 그 밭에 지어 놓은 원두막에 앉아 손바닥에 침을 퉤퉤 뱉어가며 숱이 없는 내 머리를 양갈래로 땋아 빨간 나일론 망사 리본으로 예쁘게 매어 주시곤 했다. 아버지와 나는 그 밭에서 금강물에 해가 지는 모습도 자주 내려다보았다. 언젠가 멀리 장항 제련소가 보이는 금강 속으로 태양이 슬그머니 빠져 버리는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어린 내가 물었다. “아부지, 해는 바닷속으로 빠져 버렸는디 왜 맨날 내일 아침이믄 저쪽에서 또 뜬대유우?” 그때 아버지는 “해가 왼종일 너무 뜨거웅께, 저녁이믄 물 속에 들어가서 쪼까 식히고 대신 달더러 올라가서 불밝혀 주라고 교대하는 거시여”라고 일러 주셨다. 군산에 와서 월명산에 오르면 아버지와 나누던 정겨운 대화가 생각나 눈물이 솟는다. 월명산에서 바라보는 서해와 장항의 낙조는 모든 사람을 시인으로 만들 정도로 일품이다. 빼놓으면 후회하니 기다렸다 꼭 보고 가기를 권한다. 전북의 개마 고원이라고 불리는 무주는 공기가 맑고 야생화가 아름다워 추천한다. 무주는 우리 나라에서 공해가 가장 적은 지역이다. 이러한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천연 기념물 제322호인 반디가 많이 서식하고 있고 얼마 전에는 반디의 서식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안개 자욱한 분지, 구천물 구비구비 흘러 도는 무주는 어느 곳 하나 비경과 절경이 아닌 곳이 없다. 무주에는 덕유산 국립공원과 33비경, 나제통문 등 볼거리가 지천이다.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꼼꼼하게 돌아보아야 후회가 없다. 참, 무주는 냉면과 어죽도 별미다. 가족이 함께 별미를 맛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됨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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