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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자 정인
남해 최고의 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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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타기를 즐기는 사람에게 바다와 돌섬으로 형성된 거문도와 백도만한 곳이 있을까? 거문도는 고도, 동도, 서도 3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어 예전에는 삼도라고도 불리웠으며 여수에서 쾌속선으로 1시간 30분, 훼리호로는 5시간이 넘게 걸리는 섬이다. 남해 최고의 절경인 백도는 거문도에서 다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무인도다. 공적인 일이 아니면 상륙허가를 내 주지 않으므로 일반인들은 백도에 상륙할 수가 없다. 아쉽지만 배로 섬의 주변을 돌아볼 수밖에 없는데 백도 전체를 돌아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3~4시간 정도. 백도는 경치는 절경으로 이름난 홍도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거문도와 백도를 찾았던 것은 93년 여름, 납량특집극 ‘칼울음소리’ 촬영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백도에 상륙해서 1시간이나 촬영을 했을까? 모두 철수하라는 방송이 들려 왔다. 태풍주의보가 내려졌다는 것이다. 하늘은 눈이 부시게 푸른기만 한데도 말이다. 무언가 착오인 듯싶었다. 스태프 모두가 조금 더 촬영하는데 동의해 촬영을 계속했다. 그런데 한 30분 정도 지나자 갑자기 날이 흐려지며 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파도가 거세고 높아졌는데 조금 더 지체했다가는 섬에 고립될 것만 같았다. 촬영을 중단하고 서둘러 철수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못하겠다던 여자 스태프들도 태풍이 점점 거세지자 한 명씩 갑판 위로 뛰어내렸다. 이제 문제는 방송 장비였다. 사람이야 미끄러지거나 엉덩방아를 찧어도 배 밖으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크게 다치지 않지만 장비는 그렇지 않았다. 기술팀원들은 하나같이 장비를 목숨만큼 소중히 여긴다. 사람이 우선이니 장비를 놓고 가자고 했지만 기술팀은 그럴 수 없다고 완강히 버텼다. 기술팀장은 장비를 두고 가면 자기도 남겠다고 했다. 옥신각신하며 시간을 끌 일이 아니었던데다 하나같이 고가의 장비라 기술팀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국 소형발전기를 제외한 모든 장비를 운반하기로 했다. 소형발전기는 장정 네 명이 들어도 간신히 움직일 수 있을 만큼 무거운 장비다. 다음날이면 날이 갤 것이라 생각했는지 기술팀장은 나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나 바다는 닷새 동안 진정되지를 않았다. 일행이 파도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며 거문도에서 즐겁게 지내는 동안 기술팀장은 백도 쪽만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거문도 주변에는 백도말고도 볼거리가 많다. 최소한 거문도 등대와 관백정은 돌아보아야 거문도를 조금 보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관백정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위대함 그 자체다. 거문도, 백도여행은 모든 생명이 물에서 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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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가까이에 오자 이번에는 목숨을 건 용기가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묶어둔 배가 파도에 부서질 듯 오르내리고 있었고 배에 올라타려면 어른 키의 두세 배가 넘는 파도를 따라 출렁거리는 배 안으로 뛰어내려야 했다. 배 안으로 안전하게 들어가기 위해서는 박자를 잘 맞추어야 했다. 잘못하면 온통 파도와 바위뿐인 바다로 떨어지게 되어 인명 피해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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